에스콰이어 코리아에서 제공한 콘텐츠로 제작한 Poster 스킨 데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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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자동차

‘자유의 혈통’ 지프 올 뉴 컴패스

컴패스는 더 이상 주눅 들지 않는다. 입문형이라는 꼬리표를 과감히 때버렸다.

 

 

 

JEEP ALL NEW COMPASS

엔진 2.4L 가솔린 | 최고 출력 175마력 | 최대 토크 23.4kg·m | 변속기 자동 9단 | 구동 방식 2WD/4WD | 복합 연비 9.3km/L | 크기 4400×1820×1650mm | 가격 3990만원~4340만원

 

나침판(compass)은 언제 봐도 신비스러운 기운을 품고 있다. 자신이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는 게 흥미롭다. 오히려 올바른 기준을 향해 목표를 잡는 능력이 돋보인다. 물론 방향만 알 수 있다. 목표까지 얼마나,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모른다. 그러니 매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춰 목표만 최적화한다.

 

2006년 지프가 컴패스란 이름으로 차를 만들었을 때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오프로드 성격이 강한 브랜드가 도심형 크로스오버로 시장을 확장하는 건 용기였다. 진정한 모험가는 흐르는 물처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컴패스도 비슷한 목표를 가진 차 같았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1세대 컴패스를 타보고 실망했다. 지프의 특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였다. 생긴 모습은 어중간했고, 품질과 주행 감성은 엉망이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지프, 미쓰비시의 기술이 요상하게 뒤섞인 이상한 상품이었다.

 

 

물론 지프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이 브랜드에는 확실한 자유 의지와 영혼이 있다. 그러니까 이런 차를 생산한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2000년대 들어 크로스오버가 자동차 시장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 많은 자동차 회사가 빠르게 새로운 틈새시장에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당장 신차를 개발할 능력이 안 되는 회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탐냈다. 당연히 제품의 완성도보다는 공정의 효율을 따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브랜드 간 협업을 통해 플랫폼과 엔진 같은 핵심 기술을 공유하며 차를 만들었다. 본질은 같은 차였지만 껍데기 디자인을 바꿔 다른 브랜드로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곧 차종의 벽이 허물어지고 괴상한 디자인의 제품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오프로드 특화 모델을 고집했던 지프는 닷지 캘리버의 플랫폼을 가져다 썼다. 그게 바로 컴패스였다.

 

물론 1세대 컴패스는 데뷔 후 꽤 인기를 끌었지만 이건 시기적인 운도 따랐다. 특히 국내에서는 처음 수입차를 경험하는 소비층에게 어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2011년 부분 변경 모델은 좀 봐줄 만했다. 상품 경쟁력이 대폭 개선됐으니까. 외관은 플래그십 모델인 그랜드 체로키의 감각을 이어받았다. 실내는 마감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기에 각종 편의안전 장비를 더하면서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EXTERIOR

지프 특유의 세븐 슬롯 그릴이 잘 어울린다. 볼륨감을 준 보디라인에 매끈한 루프 라인이 조화를 이룬다. 론지튜드와 리미티드 트림 모두 17인치 타이어가 기본이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누가 말했는지 모르지만 참 좋은 글귀다. 얼마나 빨리 결과를 이루는지보다 얼마나 정확하고 올바르게 접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명언.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메신저 프로필을 채우는 내용이기도 하다. 나침판의 관점에서 이 말은 꾸준히 이뤄야 할 장기적 목표이기도 하다. 2세대 컴패스가 이뤄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이건 진짜 지프가 아니다.” 지프의 새로운 소형 SUV 레니게이드가 공개됐을 때 로버트 쿰버포드(전 GM 디자이너, 현재 미국 오토모빌 디자인 담당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칼럼 제목을 이렇게 썼다. 레니게이드는 지프가 내놓은 신세대 입문 모델이었다. 이 차는 컴패스와 달리 도심형이라거나 크로스오버를 강조하지 않았다. 지프의 자유로운 혈통을 요즘 시대의 젊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어필하려 했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쿰버포드와 반대 의견이다. 이게 진짜 지프라는 생각이다. 복잡한 선과 기교가 넘친다는 표현은 인정하지만, 보는 이가 시각적으로 매력을 느끼고 타는 이가 즐거운 차는 분명하다. 어쩌면 레니게이드의 성공적인 등장이 신형 컴패스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겠다. 자, 이제 2세대 컴패스가 등장할 차례다.  

 

올 뉴 컴패스는 제품의 경쟁력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물론 지프의 허리에는 이미 체로키라는 아이콘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2세대 컴패스는 레니게이드와 체로키라는 좁은 틈새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세 차종은 눈으로 볼 때 덩치가 거의 비슷하다. 수치적으로는 아주 근소하게 레니게이드<컴패스<체로키 순으로 서열이 정리된다(컴패스는 놀랍게도 1세대와 거의 비슷한 덩치를 유지했다).    

 

레니게이드와 체로키가 독자적인 디자인 성격을 강조했다면 컴패스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그랜드 체로키의 DNA를 이어받는다. 그랜드 체로키의 젊은 버전이다. 신형의 모습이 단번에 이해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생겼다. 껑충한 SUV 특유의 디자인에 사다리꼴 휠 아치로 지프 브랜드를 강조한다. 앞과 옆, 뒷모습이 비율적으로 균형감이 좋다. 어떤 각도에서도 처지지 않는다.

 

INTERIOR

지프의 시그너처 디자인과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전동식 선셰이드가 포함된 듀얼 패널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렸다. 1세대의 분리형 랜턴과 트렁크 도어 패널 스피커는 사라졌다.

 

실내도 크게 달라졌다. 새로운 UI로 구성된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부분 LCD 계기판이 요즘 차의 느낌을 확실히 구현한다. 분명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있다. 지프 본연의 성격이니 나무랄 부분은 아니다. 노면 상황에 따라 주행 모드를 변경하는 지프 액티브 드라이브도 버튼을 돌려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뒤축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어서 두 바퀴 굴림과 네 바퀴 굴림의 경계를 쉽고 빠르게 넘나든다.  

 

차의 움직임은 레니게이드나 체로키와는 또 다르다. 들어간 재료가 비슷한데도 성격이 확실히 구분된다. 레니게이드만큼 가볍지 않고 체로키만큼 고급화에 목매지 않는다. 일상과 레저를 넘나들며 타기에 딱 적당하다. 핸들링은 유연하고, 가속과 감속은 부드럽다. 딱 한 가지 개선됐으면 좋은 부분도 있다. 순간적인 급가속에 반응이 굼뜨다. 2.4L 자연 흡기 엔진을 얹었음에도 가끔은 터보 엔진처럼 반응한다.     

 

구석구석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도 좋다. 짐 공간도 만족스럽다. 기본 700L, 2열을 접었을 때 최대 1693L로 확장된다.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온다고? 2L 페트병이 350~840개 정도 들어간다고 이해하면 쉽다. 

 

컴패스에는 지프 특유의 위트도 존재한다. 실제로 차 구석구석에 숨겨진 스타일링(이스터에그)도 발견할 수 있다. 앞 창문 와이퍼 아래 플라스틱 패널에는 차대 번호 방향을 바라보는 도마뱀이 숨어 있다. 뒤 창문 구석에서는 네스호의 괴물을 연상시키는 그림도 발견할 수 있다. 높아진 최저 지상고로 최대 48cm 깊이의 강을 건널 수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된다. 물론 찾아보면 더 많은 곳에 스타일링이 숨겨져 있다.

 

결과적으로 이 차는 어떤 면으로 보나 제대로 된 지프다. 이상한 시작점에서 출발한 1세대보다 훨씬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SUV 전문 브랜드 특성상 상대적으로 촘촘하게, 비슷비슷한 제품이 라인업을 구성하는 건 당연하다. 브랜드의 숙명이다. 그러니 제품의 성격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선 각자의 뚜렷한 개성이 필요하다. 2세대 컴패스는 그 부분을 잘 소화했다. 올바른 방향으로의 진화. 나침판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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