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코리아에서 제공한 콘텐츠로 제작한 Poster 스킨 데모입니다.

본문 바로가기

TECH/자동차

멸종 위기종의 진화,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812 슈퍼패스트는 빠르게 바뀌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달린다.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는 도로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품이다. 1960년대 모델처럼 우아한 모습은 아니지만, 현재 자동차 공학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 차의 모든 디자인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공기역학이나 동역학 같은 물리와 수학적 요소가 결합한 결과다. 앞바퀴 주변의 공기구멍이나 안으로 움푹 들어간 독특한 트렁크 디자인 모두가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이 차는 50년 후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될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

 

페라리는 언제나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제품을 만든다. 군더더기 없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풀이하면 ‘800마력 V12 엔진을 장착한 대단히 빠른 차’다. 그냥 빠른 차가 아니다. 무척 빠르다(SuperFast)고 강조한다. 내 생각에 이 부분은 물리적 속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기술을 모든 방면으로 발전시켜 이뤄낸 ‘진보’다.

 

 

발전의 중심, 그러니까 812의 영혼은 6.5L V12 자연 흡기 엔진에 있다. 12개의 피스톤이 엔진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엔진 크랭크축이 두 바퀴 도는 동안 12번의 울림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그건 마치 피아노 건반 위에서 춤추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처럼 섬세하고 아름다운 움직임 같다. V12 엔진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특별함이 있다. 엔진이 숨을 고를 때 특유의 소음과 떨림이 에너지로 바뀌어 전달된다. 그러곤 강력한 토크를 뿜어내며 주변을 압도한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V12 엔진이 지금,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한때 V12 엔진이 자동차 기술의 결정체였던 시대가 있었다. 12기통을 존재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불편까지 감수하던 때였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고성능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다운사이징 엔진과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다. 많은 자동차가 이전보다 더 작은 엔진을 쓰면서도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주행 성능과 효율성을 실현한다. 내연기관의 비중이 줄어든 최첨단 자동차가 활보하는 거리에서 V12처럼 비효율적인 대배기량 엔진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페라리가 V12 엔진의 발전을 넘어 진보를 선택한 이유다.

 

812에 얹힌 12기통 엔진은 브랜드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며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다. 구석구석 변화를 살펴보면 ‘현대 자동차 공학의 결정체’라는 수식이 부족하지 않다. 바로 이전의 12기통 엔진과 비교해도 무척이나 현대적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 엔진은 실린더 내 연료 압력을 주행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다(최대 압력 5076psi). 엔진 오일 압력을 유지하는 기술로 출력을 토하는 범위도 최적화한다. 이건 발전의 극히 일부분이다. 그 밖에 대단히 복잡한 전제 제어 기술도 사용된다. 

 

 

반면 수치나 기술적 변화만으로 이 차를 평가하는 건 어리석다. 실제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차다. 

 

예컨대 엔진의 반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고 정확하다. 운전자의 요구에 맞춰 아주 섬세하게 출력을 내보내면서도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소화해 효율성을 끌어올린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엔진이 스스로 정지하면서 연료 낭비를 줄인다.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V12 엔진을 부드럽게 구동해 앞으로 나간다. 그 모습이 뻣뻣하지 않다. 아주 자연스럽다.

 

도심에서는 승차감이 놀라울 만큼 부드럽다. 폭이 거대한 타이어와 20인치 휠을 달고도 승차감은 고급 세단과 비슷하다. 경사가 급한 주차장 입구에서는 앞 서스펜션이 즉각적으로 차고 높이를 올려 진입 각도를 확보한다. 골목에서는 앞 범퍼 좌우에 달린 카메라가 도로 양쪽 사각지대를 친절하게 보여준다. 슈퍼카니까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요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를 ‘레이스’로 바꾸면 엔진이 갑자기 그르렁거리며 강렬하게 진동한다. 812는 엔진이 뿜어내는 웅장한 저속 토크로 운전자를 몰아붙인다. 그러다 고회전에서는 엔진이 포효하듯 출력을 뿜어낸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차의 반응이 명료해진다. 이건 멋만 잔득 낸 사치품이 아니다. 다방면에서 자질을 갖춘 진짜 스포츠카다. 

 

812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2.9초가 소요된다. 시간은 분명 상대적이다. 승강기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는 3초는 영원한 것 같지만, 812 운전석에서 3초는 눈을 깜빡거리는 것보다 빠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출력을 뽑아 쓰는 과정이다. 무대가 직선이든 코너든 800마력(73.3kg嫥)에 달하는 엔진 출력을 모두 끌어내는 것이 쉽다. 엔진 파워가 어느 한 구간에 몰려 있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풍부하다. 절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아무리 장거리를 편하게 달리는 투어링카 콘셉트라지만 레이스카처럼 움직이면서도 이런 운전 감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물론 운전자의 실력에 따라 이 차는 분명하게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스티어링에 달린 마네티노 스위치가 오른쪽으로 돌아갈 때마다 차의 주행 성격이 날카롭게 변한다. 가장 오른쪽, 그러니까 전자제어가 개입하지 않는 상태에 달하면 갑자기 차가 날개를 펼친 듯 반응한다. 스티어링 휠에 따른 반응은 즉각적이다. 운전자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차가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가속페달에 욕심을 더하면 뒤 타이어가 노면을 할퀴며 흰색 연기를 뿜어댄다. 자동차가 미끄러지면서 가속한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오금이 저린다. 이 차의 모든 것이 내 작은 두 손에 달렸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차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제어할 수 없는 야수가 아니라 잘 조율된 기계적 감각. 운전할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실제로 812는 앞뒤 무게 배분이 47:53으로 설계됐다. 앞 차축 근처에 거대한 V12 엔진을 얹고도 이런 세팅을 한 이유가 있다. 넘쳐나는 엔진 출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 뒤 타이어 쪽에 무게를 실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나는 812 슈퍼패스트의 4억원대라는 가격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본다. 안전벨트 색을 바꾸는 데 수백만원이 들거나 차를 사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V12 엔진을 얹은 최첨단 자동차가 여전히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 듯이 이런 자동차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이나 효율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모순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존재의 타당성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812가 해낸 것은 멸종의 끝에서 이뤄낸 커다란 진보다. 모든 부분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이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수준의 슈퍼카다. 

 

 

원문: 바로가기